■ 블랙록은 사모펀드를 왜 끌어들이나?
2025년 6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퇴직연금 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자사의 대표 퇴직연금 상품인 TDF(Target Date Fund)에 사모펀드(Private Equity)와 사모대출(Private Credit)을 본격적으로 넣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연금에 고위험 자산을 넣겠다는 것은 단순한 상품 변경을 의미하지 않는다. 퇴직연금은 전 세계의 수 천, 수 조의 자금이 모인다. 이 흐름을 바꾼다는 것은, 즉, 자산시장 전체의 지각 변동을 의미한다.
■ TDF는 무엇인가
TDF는 쉽게 말해 '은퇴 준비 자동펀드'다. 투자자가 은퇴할 시점을 기준으로 펀드가 자동으로 안전하게 바뀌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50년에 은퇴하고 싶다면 'TDF 2050'에 가입하면 된다.
처음엔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서 수익을 노리고, 시간이 갈수록 채권이나 현금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린다. 주식·채권·부동산 등 전통적인 자산을 섞어 투자해 분산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문제는 요즘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이와 같은 전략으로는 수익이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블랙록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모자산을 꺼내든 것이다.
■ 사모펀드와 사모대출은 뭐가 다를까?
- 사모펀드(Private Equity):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성장성은 높지만, 중간에 현금화하기 어렵다.
- 사모대출(Private Credit): 은행 대신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투자 방식으로, 수익은 짭짤할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이 두 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지고, 정보도 적으며, 위험도 높다. 그래서 그동안은 일반 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없었고, 규제도 많았다.
■ 규제가 많았던 원인은?
바로 '위험해서'이다. 사모시장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을 높여두었다.
- 유동성 부족: 돈을 넣으면 몇 년은 묶이게 된다
- 투명성 부족: 상장 기업과 달리 비상장기업은 정보가 부족하다
- 전통 금융시장 대비 규제가 약해 부실이 커질 위험도 높다
- 대규모 자금이 규제 회피 목적으로 사모시장에 몰리면, 자산시장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거품'이 생길 수도 있다
■ 그럼에도 블랙록 등 대형 운용사들이 규제 완화를 원했던 이유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사모자산을 빼놓고 수익을 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1. 너무 낮은 퇴직연금 수익
고령화 때문에 연금 수익률의 중요성이 크게 올랐는데, 초저금리, 저성장 환경에서는 전통 자산으로는 목표 수익을 달성하기 힘들다. 블랙록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사모자산을 일부 편입하면 장기적으로 연평균 약 0.5% 포인트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복리효과를 고려하면 은퇴 시점에서 상당한 자산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2. 대형자산운용사들의 전문성
복잡한 사모자산도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그걸 운용할 실력이 있다는 자신감이다.
3. 이미 성장하고 있는 사모시장
글로벌 자금 흐름이 사모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는 막을 수 없다. 차라리 공식적으로 제도권 안에 편입시켜 공식적인 관리와 규제를 받게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이다.
■ 블랙록이 이 시점에 움직인 3가지 이유
1. 규제의 완화
2025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바이든 시절 강화됐던 금융 규제가 약화됐다. 특히 은행들의 자본규제가 느슨해지고, 사모대출 쪽 자금이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2. 타이밍 좋은 금리
미국 기준금리가 4.25~4.50%로 유지되는 가운데,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사모펀드의 차입을 활용한 투자(M&A 등)가 더 활발해지고, 사모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수익성이 개선되니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3. 기존 포트폴리오의 한계
블랙록 CEO 래리 핑크는 기존 60:40(주식:채권) 포트폴리오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대신 50:30:20(주식:채권:사모자산) 비율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대체자산을 통한 분산과 수익 보강을 강조했다.
■ 앞으로의 변화는?
이제 평범한 투자자도 사모시장 수익에 일부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공모시장(주식·채권)에서 사모시장(비상장·사모대출)으로 돈이 더 많이 흘러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것은 비상장 기업과 사모대출 중심의 자금조달 구조 확대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사모대출 같은 '그림자 금융'이 확대되고, 금융 안정성 논란과 규제 공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블랙록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퇴직연금 상품 설계 변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큰 흐름을 바꾸는 신호탄이다.
규제 완화, 금리 변화, 포트폴리오의 한계를 틈타, 사모시장이 공식적으로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흐름이 본격화된 것이다. 기대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유동성·투명성·리스크 측면에서 새로운 숙제도 안게 된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환경도 이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퇴직연금, 사모시장, 금융구조를 둘러싼 논란과 논의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안전한 은퇴 준비"라는 말의 정의가, 다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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