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은 지역 긴장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음을 보여준다. 이란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려던 미국 주도 협상이 완전히 막다른 길에 다다른 상황에서 터진 일이다. 작년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은 더 큰 전쟁으로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이란의 즉각적 대규모 반격 수위,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 범위, 그리고 미국의 개입 여부가 지역 전면전으로 번질지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다.
이런 변수들이 아직 불분명한 만큼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에너지 교역의 생명줄이다. 매일 2천만 배럴 이상의 석유가 이 좁은 바다를 지나간다. 원유가 급등한 것은 시장이 공급 차질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란과 미국이 이스라엘 공습에 어떻게 대응할지 명확해질 때까지는 유가에 위험 프리미엄이 계속 붙을 것이다. 실제 공급 차질이 없다면 유가는 다시 내릴 것이다.
아래에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별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고 당사자들의 오판 가능성도 있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다루지는 못한다는 점을 밝힌다.
시나리오 1: 이스라엘-이란 간 제한적 충돌
앞으로 며칠, 몇 주간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교전이 이어지지만, 이스라엘 동맹국들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상황이다.
핵심은 역내 에너지 인프라가 큰 피해 없이 유지되고 해상 운송로도 정상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란산 원유 생산 차질은 다른 지역의 여유 생산능력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새로운 협상이 시작될 수도 있고, 시장 관심사는 곧 무역정책과 경제성장률로 돌아간다.
이 경우 유가 상승은 일시적이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위험자산들이 단기적으로 더 빠질 수 있지만, 충돌이 제한적 범위에 그친다는 게 확실해지면 빠르게 회복된다. 이는 우리가 예상하는 기본 시나리오(경제성장 둔화는 있지만 미국 경기침체는 없음)와 부합한다.
이 시나리오에 확률을 매기기는 어렵지만,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사건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간에 그쳤다. 과거 11개 주요 지정학적 위기(1차 걸프전부터 러-우크라이나 전쟁까지)를 보면, 사건 발생 1주일 후 S&P 500은 평균 0.3%만 하락했고, 12개월 후에는 평균 7.7% 상승했다.
시나리오 2: 에너지 공급 장기 차질
글로벌 경제에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다. 이란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거나, 이란이 역내 미군 기지와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에 보복 공격을 가하는 상황이다. 그러면 미국도 이란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역내 방어력을 강화했지만, 드론 기술 발달로 모든 피해를 막기는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상당 기간 막힐 수도 있다.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가격 쇼크이자 미국 무역정책의 인플레이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글로벌 경제활동이 타격받겠지만, 궁극적 영향은 에너지 공급 차질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에 달렸다. OECD 국가들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면 유가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딜레마에 빠진다. 고유가의 중기 인플레이션 압력과 성장 둔화의 디스인플레이션 효과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주식시장은 높은 불확실성과 경기전망 악화로 급락할 것이다. 금, 스위스 프랑, 우량 국채 같은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일 텐데, 특히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국가들의 국채가 그렇다.
시나리오 3: 급속 확전 후 빠른 진정
미국까지 끌어들이는 급속 확전으로 미-이스라엘 연합군이 이란의 핵·군사 시설을 무력화하는 상황이다. 에너지 공급이 일시 차질을 겪고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도 일부 피해를 보겠지만, 이란 정권이 군사적으로 무력화될 수도 있다.
위험자산들이 오늘보다 훨씬 크게 빠질 것이다. 특히 에너지 공급 차질 소식이 처음 나올 때가 그렇다. 하지만 이란 군사력이 빠르게 무력화되면 역내 에너지 공급 복구에 집중하게 되고, 지역 석유 공급과 무역 위험이 줄어들면서 위험자산 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다.
투자 전략
이스라엘-이란 분쟁 확산은 모든 자산군에 변동성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분쟁이 비교적 제한적 범위에 머물고 글로벌 에너지 흐름을 크게 막지 않는다면 시장 충격은 꽤 빨리 사라진다. 관심이 다시 기본적인 거시경제와 정책 여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장기 목표에 집중하면서 시장 변동을 적절히 활용해 위험 포지션을 구축하거나 리밸런싱해야 한다:
정치 위험 대응: 이번 공격에 대한 금의 반응은 장기 포트폴리오 분산 수단으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스라엘 공격 전에도 어느 정도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었지만, 투기적 포지션은 상대적으로 가벼웠다. 부정적 뉴스가 계속 나오면 금값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금은 여전히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매우 효과적인 헤지 수단이다.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불확실성 증가 시 달러의 전통적 강세 역할이 약해지고 있다. 재정 우려를 감안하면 장기 미국 국채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다. 오늘 암호화폐 가격 하락은 이들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지정학적 요인 외에도 실질금리 하락과 장기 달러 약세 흐름이 금값을 계속 뒷받침할 것이다. 온스당 3,500달러 목표를 유지하며, 분쟁이 확대되면 이 수준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상승 시나리오에서는 3,800달러까지 본다. 단기 하락 시 금 포지션을 늘리거나 강화하기를 권한다.
주식 단계적 매수: 주식이 올해 좋은 성과를 보였고, 무역정책과 경제성장 관련 긍정적 뉴스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태다. 지금까지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주식시장 심리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기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글로벌 주식이나 균형형 포트폴리오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릴 기회가 생긴다. 미국에서는 기술과 헬스케어 등 우선 섹터에, 아시아에서는 중국 본토 기술주와 인도, 대만에, 유럽에서는 우량주와 "유럽 투자 6가지 방법" 테마에 주목한다.
달러 랠리에서 차익실현: 앞서 말했듯 전통적 안전자산으로서 달러 역할에 도전이 있다. 오늘 공격 후에도 달러는 소폭만 올랐다. 달러 외 통화로의 글로벌 분산 흐름과 미국 재정전망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단기 달러 반등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최근 달러 투자의견을 '비매력적(Unattractive)'으로 하향했다. 투자자들이 과도한 달러 현금 보유분을 엔화, 유로, 파운드, 호주달러 등으로 분산할 것을 권한다. 안전자산 통화 중에서는 스위스 프랑보다 일본 엔화를 선호한다. 엔화가 프랑 대비 저평가돼 있고,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반면 스위스는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안정적 수익 추구: 지정학적 위기 시기에 일부 투자자들이 현금으로 피하려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채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본다.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매력적인 수익률도 확보할 수 있다.
우량 채권과 투자등급 채권이 위험과 수익 면에서 매력적인 균형을 제공한다고 계속 판단한다. 주요 시장 대부분에서 양질 채권 수익률이 여전히 매력적이고, 글로벌 금리인하 사이클이 지속되면서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투자등급 채권은 포트폴리오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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