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 PER, PBR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기업의 수익력, 시장 기대, 자본 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축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 지표들은 개별적으로 해석될 수 없으며, 구조적으로 연결된 맥락 속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실질적인 투자 인사이트가 나온다.
ROE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얼마나 잘 활용해 이익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수익성 지표다. 듀퐁 분석을 적용하면 ROE는 세 가지 요인, 즉 순이익률·총자산회전율·레버리지로 분해된다. 따라서 ROE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우량 기업이라는 단정은 위험하다. 이익률과 자산 효율성에 기인한 고ROE는 긍정적 신호지만, 재무 레버리지에 기반한 ROE는 금리·경기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
ROE는 단지 높은 수익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복리로 축적되는 속도를 뜻한다. ROE 20% 기업은 자본이 10년 후 6배 이상 증가하지만, 5% 기업은 1.6배에 그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격차는 주가에도 직접 반영되며, 결국 고ROE 기업에 높은 PBR이 부여되는 것은 거품이 아니라 수학적 귀결이다. ROE가 지속적으로 높고 이익이 재투자되는 구조라면, 고PBR은 정당화될 수 있다.
PER
PER은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시장의 기대 지표다. 하지만 일시적 이익이 반영된 경우, 낮은 PER은 착시일 수 있다. 특히 부동산 매각이나 일회성 환차익 등은 다음 해 EPS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PER 수치만으로 판단하면 저평가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 반대로 꾸준한 고ROE를 유지하는 기업은 PER이 다소 높더라도 내재가치는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PBR
PBR은 결과적으로 PER과 ROE의 곱으로 나타나며(PBR = ROE × PER), 이 세 지표는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PER이 같다면 ROE가 두 배인 기업은 PBR도 두 배일 수밖에 없고, ROE가 낮은 기업은 PBR이 낮더라도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PBR이 1 미만이라고 해서 무조건 저평가로 보는 판단은 위험하며, 그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여부가 핵심이다.
결국, 진짜 저평가는 단순히 PER이 낮거나 PBR이 1 미만인 기업이 아니라, ROE가 높고, PER이 업종이나 시장 평균 대비 합리적이며, 자본이 복리로 축적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기업이다. PER과 PBR, ROE는 단독이 아닌 통합적 구조 안에서 해석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비로소 숫자 너머의 기업 가치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