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는 한때 '따놓은 당상'이라고 불리며 투자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상장일 시초가 혹은 공모가 자체가 고점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더본코리아 등의 사례에서 공모가 고점화의 전형적인 양상이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PER과열: 실적 추정 과잉과 비교기업 왜곡
많은 IPO 기업들이 공모가 산정 단계에서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아 공모가 자체가 고평가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주관사는 유사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근거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데, 비교기업 선정과 실적 추정과정에서 낙관적인 가정이 사용되며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크래프톤 - 국내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2021년 8월 코스피에 상장했는데, 확정 공모가는 49만8,000원이었다. 당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일었는데 그 이유는 디즈니, 워너뮤직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을 비교기업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기본 밸류 관점에서는 적정"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공모가가 기업 가치 대비 무리하게 높다"고 보았다. 실제 크래프톤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상장일인 2021년 8월 10일 시초가 44만원대, 종가는 공모가 대비 소폭하락으로 마감) 이후 한때 신작 게임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58만원까지 올랐지만, 실적 부진이 드러나자 주가는 급락했고 2025년 현재 38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상장 전부터 공모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교 기업을 해외 핀테크 기업들로만 삼고, 전통 금융사 대비 높은 멀티플을 적용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 수요예측에서 전례없는 자금(약 2,600조원)이 몰리며 경쟁률 1,732:1의 대흥행을 기록했고, 공모가는 3만9,00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시장의 높은 기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지만, 기본 가치 대비 고평가 논란은 상종했다. 일각에선 '디지털은행 프리미엄을 과하게 반영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상장 후 초기 급등했지만, 이후 공모가조차 지키지 못하고 현재 2만원대 초반을 맴돌고 있다.
더본코리아 - 외식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는 2023년 11월 6일 코슾에 상장했다. 당초 희망공모가밴드는 2만3,000원~2만8,000원이었으나, 기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공모가가 3만4,00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백종원 대표의 높은 인지도와 사업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였지만, 상장 전부터 밸류에이션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수요예측 참과 기관의 98%가 공모가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적어낼 정도로 수요가 강했다. 결국 공모가가 기업 펀더멘털 대비 과열된 기대치를 담은 수준으로 확정됐다는 우려가 존재했는데, 2025년 4월 현재 2만8,000원대를 웃돌고 있다.
낮은 확약 비율과 매도 압력
IPO 직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초기 유통 가능 물량, 즉 상장 직후 바로 시장에 풀리는 주식 수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고 기존주주의 보호예수 물량이 적을 수록, 상장일과 직후 시장에 매도 물량이 대거 출회되어 주가에 부담을 주게된다.
크래프톤 - 기관 및 기존주주의 보호예수 확약물량 비중이 21%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전체 주식 중 약 79%가 상장 직후 시장에 유통 가능했다는 뜻이다. 확약이 적었던 기관물량이 상장 직후 시장에 나오며 주가에 하방 압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크래프톤은 상장 이후 지속적인 매도세 속에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다.
카카오뱅크 -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약 45%가 의무보유 확약을 걸었다. 비교적 높았던 확약 비율 덕분에 초기 유통 물량 부담은 일부 완화돼 상장 이후 초기 며칠 간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의무보유 확약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마다 물량 부담이 발생했고, 기관 확약 물량이 해제될 때마다 주가가 추가 약세를 보이며 공모가를 크게 밑돌게 되었다.
더본코리아 - 더본코리아는 기관 확약 비율이 불과 12.2%로 매우 낮았다. 상장 당일 대량 매물 출회로 고점 대비 -50% 하락했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
IPO 종목에 대한 시장 기대감(브랜드파워, 신사업 이슈)과 상장 후 드러나는 현실(실적, 업황) 사이의 괴리가 클 경우, 상장 직후 주가 급락으로 이어진다.
공모 단계에서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이름값과 스토리에 열광해 과도한 기대를 반영하지만, 정작 상장 후 발표되는 실제 실적이나 사업전망이 기대에 못 미치면 급격한 실망 매물이 나오게 된다.
크래프톤 -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상장 전 신작 모바일 게임 '뉴스테이트'의 흥행 기대감에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기대 속 크래프톤은 상장 직후 주가가 58만원까지 올라 공모가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작 게임이 출시되자 초기 성과가 예상보다 저조했고, 흥행 실패로 판명되자 주가는 곧바로 하락세에 들어갔다.
카카오뱅크 - 상장 당시 '국민 은행주' 탄생에 대한 기대와 카카오 브랜드 프리미엄에 힘입어 카카오뱅크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상장 열흘 만에 주가 9만4,400원으로 정점을 찍어 시가총액 40조원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현실적인 실적과 업황 요인이 부각되며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한계과 금리 상승기에 은행업 규제 강화 등이 맞물려 카카오뱅크의 수익성 전망이 초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또, 전통 은행과의 차별화 어려움과 높은 공모가로 인한 밸류부담이 지적돼 결국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2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더본코리아 - 백종원 대표의 높은 인지도와 미디어노출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극대화됐던 종목이다. 특히 상장 직전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으로 대중적 인기가 정점에 달한 시기였고, 이러한 과열 속 상장일 주가가 폭발했다. 상장일 당일 종가는 공모가 대비 +51.2% 높은 5만1,400원으로 마감하며 대흥행했다. 그러나 상장 직후 기업 실적과 업황에 대한 냉정만 평가가 이뤄지며 주가는 점차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한, 외식업종에 대한 경기 둔화 우려 등이 부각되자 투자 열기가 식어갔다.
2023년 상반기까지 따상을 기록한 기업 수는 급감했으며, 다수의 IPO가 상장 당일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상장 1개월 후 공모가 하회율은 2024년 기준 68%에 달하며, 대부분의 신규 상장주가 초기 고점 이후 하락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반복되는 고점화 사례를 통해 공모가의 허상을 인식하고 있으며, 과거 대비 청약 경쟁률과 참여 열기는 감소하고 있다.
📌 투자자 체크리스트
공모가 산정의 PER, 실적 추정치가 합리적인가?
수요예측 경쟁률과 확약 비율이 왜곡되어 있지는 않은가?
상장 직후 유통 가능 주식 수는 몇 %인가?
락업 해제, 실적 발표 일정 등 단기 이벤트 리스크는?
-> PER은 기대, 주가는 현실이다. PER이 과도하고, 확약이 적으며, 수급 구조가 약한 IPO는 상장 당일 공모가가 고점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공모주는 더 이상 무조건 수익으로 투자자들을 이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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