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 2000포인트 돌파 직전 주춤
개인 투자자, 1343억원 순매수 (증권업종 순매수 637억원)
증권업종 5.33% 상승, 업종 최고 상승률 기록
개인 자금, 신용융자 잔고율 감소 및 예탁금 증가와 함께 증시 유입 추세
외국인, 6일 연속 순매도하며 2조원 이상 순매도
기관, 792억원 순매수 이어감
일부 증권주(예: SK증권, 서울증권)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
Opinion
개인들의 대규모 매수세와 증권업종 급등은 단기적 투기 심리와 자산 재배분에 의한 현상으로 보이나, 지나친 급등은 주식 가치 왜곡과 향후 급격한 조정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외국인 순매도와 기관의 보수적 매매 패턴이 지속되는 한 시장 안정성은 크게 불투명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Core Sell Point
개인들의 과감한 매수가 단기 투기에 기인한 왜곡 현상으로, 향후 급격한 조정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3일 2000 포인트 돌파를 목전에 둔 코스피 지수가 주춤할 때도 개인들은 과감한 매수에 나섰다. 이 날 개인은 1343억원 순매수하며 기관을 압도하는 매수 의지를 과시했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637억원은 증권업종을 순매수하며 증권업종 급등에 기여했다. 증권업종은 이 날 5.33% 상승하며 업종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 증시로 방향 잡은 자금 흐름
개인 자금의 증시유입은 '열기'가 아닌 '추세'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인구 대우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 잔고율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고 고객 예탁금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개인 매수세가 커지는 것은 잔고를 사용 안 하고도 증시에 투입할 수 있는 실질 자금이 더 많아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점 현황을 살펴보면 거액의 자산가들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시중의 유동자금이 ‘기조적으로’ 증권시장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과 은행 예금 일변도의 우리나라 가계자산 구조가 직접, 간접투자가 주를 이루는 선진국형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현재의 시장 상승은 경기나 실적 등 순환적인 요인이 아니라 베이비부머들의 자산 재배분이라는 질적인 변화가 견인하는 상승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인과 기관의 매매 향방은
개인의 대규모 매수세와는 대조적으로 외국인은 6일 연속 순매도하며 순매도 금액은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로 계속 자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투자주체별 매매(賣買)의 합은 언제나 일치해야 하고, 펀드에 돈이 들어오면 기관은 일정부분 주식을 편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물량 공급의 주체는 국내주식의 35%를 보유한 외국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분간은 외국인의 매도와 기관의 매수 패턴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의 매도패턴보다는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주식의 우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펀드 유입액에 비해 기관의 매수세가 강하지 않은 것은 급등한 장에 대한 ‘탐색’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금이 들어오는 만큼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입장은 변화가 없겠지만 종목 선택의 기준이나 가격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관은 이 날 792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엿새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나갔다. 전문가들은 워낙 자금 여력이 풍부해 수급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고 진단했다. 자연스러운 매매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열 징후는 없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증권주에 몰린 개인들의 ‘쏠림’현상이 투자 과열임을 방증한다는 우려도 있다. 이 날 지난 주부터 M&A이슈로 급등한 SK증권(485원 ▲7 +1.46%)과 서울증권(2,565원 ▲70 +2.81%)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급등세를 이어갔고 브릿지증권, 메리츠증권 등도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주식 시장의 방향성이 한 쪽으로 치우쳤을 때는 주식의 가치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이같은 급등세는 지나치다는 평가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결코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안정성에 대한 강한 신뢰가 이같은 쏠림 현상의 전제”라며 현재는 M&A 이슈로 부각된 증권주에서 이같은 급등 현상이 나타났지만 종목별, 업종별로 이같은 흐름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기대심리를 안고 급등한 종목들의 추가 급등은 ‘투기’에 가까운 투자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등한 수치만큼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별다른 악재가 돌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방비 상태로 상승 종목 투자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감이 섞인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