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재무·기술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텔은 대만 TSMC 같은 경쟁 반도체 기업들과 보다 강하게 경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회사의 분할이 점점 더 필연적으로 보인다.
인텔은 수십 년간 자체 설계한 칩을 자체 공장에서 제조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려왔다. 이 모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밀한 트랜지스터를 가진 칩을 생산하던 시절에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그 구도는 5년 전부터 흔들렸다. TSMC와 삼성전자가 기술적으로 선두에 서면서, 인텔의 경쟁사들은 더 나은 파운드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인텔은 뒤처졌다.
인텔은 일부 칩을 TSMC에 외주를 주며 상황에 대처했지만, 그로 인해 수익성은 감소했고, 자사 공장에 대한 투자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지난 5년간 인텔 주가는 65% 하락했지만, AMD는 2배 이상 상승했고, TSMC는 거의 4배, NVIDIA는 16배 이상 올랐다.
전 CEO 팻 겔싱어는 인텔을 글로벌 파운드리 선두주자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그의 3년 임기 동안 이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는 작년 12월 해임되었다.
이제 새 CEO 립부 탄(Lip-Bu Tan)은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탄은 4월 행사에서 해당 부문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고객 중심 접근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칩 설계 부문과 제조 부문을 분리하면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텔의 잠재 고객은 NVIDIA, AMD 등 설계 경쟁사들이며, 현재 구조에서는 이들이 인텔 팹을 이용하기 어렵다.
또한, 인텔 제조부문은 고객 서비스를 우선시하지 않아 TSMC와 같은 파운드리 기업의 문화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인텔 이사회와 경쟁사들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브로드컴과 TSMC는 올해 초 인텔 자산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분할을 미루는 배경에는 그 구조적 복잡성이 있다. 인텔의 공장은 오랜 기간 인텔 전용으로 운영되었고, 내부 설계 부서도 해당 공정에 맞춰 개발되어왔다. 즉, 외부 고객이 쓰기엔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겔싱어 재임 당시에도 분리에 대한 신호는 있었다. 2년 전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도입하며, 칩 설계 부서는 외부 공장도 선택 가능해졌고, 2023년 9월엔 제조 부문을 별도 자회사로 전환하고 독립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팹 부문은 올해 1분기에 23억 달러 손실, 지난해에는 134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독립 법인으로 전환 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다만 외부 자금 유치가 병행된다면, 가능성은 달라진다. CFO 데이비드 진스너는 올 1월, 전략적 투자자들과의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인텔은 현재 약 90억 달러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장 네트워크와 1천억 달러 이상의 설비 자산, 일부 비핵심 사업 매각 여력도 있다. 탄 CEO는 비용 절감 및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적 완충을 마련 중이다.
탄이 회사를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구조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를 반복하는 셈이다. 제조 부문을 분리하지 않으면 고객 확보가 어렵고, 고객이 없으면 제조 수익이 날 수 없다.
인텔은 팹 부문의 손익분기점을 2027년으로 설정했으며, 현재 Microsoft, Amazon과 같은 일부 고객을 유치했다. 그러나 TSMC·삼성과 진검 승부를 벌이기엔 아직 멀다.
인텔이 지난 10년간의 침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분할이 언제냐가 핵심이다. 그 자체가 불가피한 수순이 되고 있다.<출처:WSJ>
🔎 투영인의 생각
인텔이 처한 상황은 단순한 경쟁력 문제를 넘어서 조직 구조와 사업 모델 자체의 한계를 드러낸다. 전통적인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모델이 설계와 생산을 모두 내부화함으로써 가졌던 효율성과 수직 통합의 장점은, 파운드리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환경에선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산업은 고객 친화성, 기술 선도, 대규모 자본 유치라는 3박자가 갖춰져야 하는데, 인텔은 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자사 설계에 맞춘 공정만을 고수하며 외부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는 구조는, 마치 '닫힌 파운드리'를 운영하는 것과 같다.
결론적으로, 인텔은 더 이상 시간을 벌 여유가 없다.
제조 부문을 분사하고, TSMC와 같은 고객 우선주의적 운영 모델로 전환해야 하며,
외부 자금 유치와 경영 독립성 확보를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동시에 설계 부문은 기술력과 민첩성을 갖춘 조직으로 독자 생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고통스럽고 정치적으로도 민감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2027년의 손익분기점도 의미가 없다. 인텔의 구조적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존속을 위한 필연적인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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