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국발 무역 전쟁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특수 소재 대기업 듀폰이 다시 중국의 표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중국산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한 직후, 베이징 규제 당국은 듀폰에 대한 구체적이지 않은 독점 행위 조사를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조치를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및 대미 수출 통제와 함께 묶어, 듀폰이 긴장 고조의 부수적인 피해자임을 분명히 했다.
이후 듀폰의 주가는 급락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대한 관세를 일시 중단한 뒤 수요일에 강하게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위해 정상적으로 수개월이 걸리는 절차를 우회하고, 1970년대 법률을 이용하여 이를 시행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규제 조사가 듀폰에 근본적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이 무역 갈등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실제 듀폰은 트럼프 행정부 첫 번째 무역 전쟁 중에도 중국 당국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많은 미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듀폰 역시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보 노력과 지적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를 수년간 겪어왔다. 특히 듀폰이 중국 내 시장 보호를 위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에 베이징의 주요 표적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듀폰은 금요일 성명에서 중국 당국이 자사 브랜드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조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듀폰은 추가 논평은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훨씬 이전부터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가 경험했던 것과 같은 규제 위험에 대비해왔다.
중국 화웨이는 미국 정부로부터 다수의 제재를 받았지만, 중국 당국의 이번 듀폰 조치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트리비움 차이나의 앤드류 폴크는 이메일에서 "아직 최악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국(홍콩 포함)은 지난해 듀폰의 두 번째 큰 시장으로 전체 수익의 19%를 차지했으며, 중국 내 9개의 제조현장, 5개 연구센터, 6개 사무실에 직원 3,600명을 두고 있다.
전직 미국 외교관 멜라니 하트는 "듀폰 사례는 시작일 뿐이며 더 많은 기업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은 미국의 선례를 따라 미국 기업을 국가안보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중국 내 사업이 미미한 방위 산업체가 주로 대상이었다.
최근 중국은 6개 미국 회사로부터 닭고기와 수수 수입을 중단했으며, 이는 미국 농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하트는 분석했다.
중국 지도자 시진핑은 최근 미국 기업 임원들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폴크는 앞으로 미·중 디커플링이 심화될수록 상당수의 미국 기업들이 양국의 상충되는 국가안보 요구 속에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 둔화로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 투자 유치에 힘써왔지만, 최근 시진핑이 글로벌 CEO들과 만났을 때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유독 차가운 태도를 보였다.
듀폰에 대한 이번 조사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사건의 반복이다. 당시 중국 당국은 무역 갈등 중 듀폰 상하이 사무소를 급습했고, 영업 비밀 침해 분쟁 중인 중국 회사에 대한 고소 취하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
듀폰은 지난해 10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두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수입 금지를 요청했다. 이번에 중국 당국이 조사하는 Tyvek 소재는 작년 듀폰이 문제를 제기한 바로 그 사업 부문이다.
해당 사업 부문의 재정적 중요도는 낮으며, Tyvek은 듀폰의 지난해 중국 매출에서 9천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1% 미만이다.
미즈호 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 존 로버츠는 이메일을 통해 이번 조사는 듀폰 전체 사업에서 중요도가 크지 않으나 시장이 민감한 시점에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실제 듀폰 주가 하락은 중국 내 사업 규모와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중국 경제 둔화 우려를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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